저는 국내 0대 대기업의 재무부서에 있는 과장급 직원입니다.
회사 생활 하다 보면 힘든 일이 많습니다. 일도, 사람도, 상황도, 그리고 내 경력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회사원을 힘들게 합니다.
뉴페이스가 들어오면 앞서 일하고 있던 선배 직원(들)이 그 사람에 대한 1차적 책임이 있는 것처럼 되어 버립니다. 저도 사원 2년 차부터 지금까지, 많은 뉴페 직원을 겪었습니다. 오늘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후배/부하/부사수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대리를 달기 전에 신입 입사한 한 직원은, 중견 기업 근무 경험이 있는 중고 신입이었고 나이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이 분이 근성 있게 버텨줄 것으로 기대하고 뽑은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이 있었고요. 이 분은 처음에는 신입 사원 치고도 실수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고 개선은 느렸습니다. 어쨌든 야근을 불사하며 남아는 있었으니 밖에서는 이 직원을 좋게 봤습니다. 당장 느릴지라도 롱런하는 대기만성형 직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그는 성장 의지가 없었습니다. 여러 업무를 거치며 7년간 많은 실수와 무책임한 모습만 보이다가 결국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또 어떤 직원은 제가 과장이 될 무렵 신입 입사했는데, 생각이 빠르고 소위 일머리가 있어 어느 정도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렇지만 근무 시간에 말없이 두세 시간 자리를 비우고 윗사람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욕설 섞인 대화를 하는 등 사회생활 기본이 안 되어 있는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입으로는 워라밸과 조직문화를 외치고 있는데 그의 진실한 모습은 책임회피, 배려 부족, 이기적인 태도였습니다. 이제 후배 사원도 한 둘 생기는데 그들에게는 또 은근히 꼰대 짓을 하는 게 보입니다.
세 번째 케이스는 다른 조직에서 옮겨온 경력 입사자입니다. 이 분은 업종을 바꾸고 직무는 유사한 곳으로 이직한 케이스입니다. 나름 능력이 있으면서도 새로운 지식과 시각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채용한 것입니다. 적응에 시간이 물론 필요하겠지만 업무 면에서, 조직문화 면에서 새로운 관점을 저에게 많이 소개해 줍니다. 불합리한 업무지시에는 불평하면서도 주말을 희생해서까지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문화의 차이였습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다 오셔서, 가끔 꽉 막히고 불합리한 우리 조직 문화가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위의 세 케이스가 소위 '요즘 애들'로, 기성세대 마음 속에 빌런으로 자리 잡는 경우인 것 같습니다. 똑똑하다고 뽑아놨더니 일도 잘 못 배우고 열정도 없다나요. 물론 인력의 업무 활용도를 예상할 때 결국 그 사람의 능력과 의지를 체크해야 됩니다. 능력도 탁월하고 의지도 출중하다면 문제가 없을까요? 심지어 능력과 의지가 부족한 경우도 많은 게 현실입니다.
첫 번째 케이스는 능력도 의지도 없는 케이스입니다. 의지가 없으니 세월이 지나도 능력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입사할 때는 분명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됐을까요? 업무나 조직이 자기와 맞지 않으면 잘하려는 의지도 꺾이기 마련입니다. (즉, 잘못 뽑았을 수도 있습니다.) 어르신들 말씀대로 요즘 애들 의지가 약하다면 더욱 빨리 그렇게 되겠지요. 안 되는 걸 강제로 교정하려고 했을 때 본인도 의지가 강해서 잘 따라와 주면 고맙지만, 적성이 안 맞으면 요즘 애들, 의지가 생길 수 없습니다. 저는 이것을 너무 늦게 배웠습니다. 서로를 위해 빨리 그가 적응할 수 있는 다른 일, 다른 부서를 찾아주는 게 낫습니다. 그렇게 상황 정리되기 전에 데리고 있는 동안이라면 1인분을 강요하지 말고 0.5인분이라도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씩만 부여하는 게 바람직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케이스는 능력은 있으나 의지가 없는 케이스입니다.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생각보다 조직/업무 적합성은 뛰어난 편입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자기 경력을 키워갈 의지가 없고, 철저한 거래 관계 안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Work Ethic만 발휘하면 양심에 거리낄 것 없다는 주의입니다. 저는 이러한 그의 태도를 존중하고 인정해 주었습니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하겠다는 범위 내에서만이라도 열심히 잘 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회사에서 받는 평가도 그 정도로만 해 주면 만족합니다. 본인이 이미 더 받아낼 생각이 없고, 더 해 줄 생각도 없으니까요. 1인분만 하겠다는 사람한테 1.5인분을 부여하고, 당신의 발전을 위해 그런 거라고 강요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고 역효과만 납니다. 이런 것을 얄밉게 생각할 게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프로답게 소통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물론 근태나 기본예절 같은 비즈니스 예의 측면은 잘 가르쳐주어야겠습니다.
마지막 케이스는 능력과 의지가 모두 충분합니다. 그러나 조직 문화 적응에 시간이 걸립니다. 사실은 이러한 후배가 제일 다루기 어렵습니다. 이런 분들의 의지는 조직에 잘 보여서 자리 잡기 위한 게 아니라, 본인의 기준에서 합리적인 성과를 내는 데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것은 그 한 사람의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솔직히 우리 조직의 문제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어쨌든 지금은 성과가 안 나고 당장 성장의 길도 안 보이니 큰 일입니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큰 회사는 핸들링해야 하는 이슈도 많습니다. 이 많은 업무 중 본인에게 맞는 일이 하나쯤 있을 것입니다. 부딪치는 유관부서, 이슈를 다루는 상사의 자세 등이 그나마 우호적인 아이템을 찾아서 끝까지 한 번 같이 해 보는 게 서로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선 그의 진실된 실력도 검증해보고, 이 분 입장에선 이 회사의 업무 문화 안에서 작은 성공을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말은 이렇게 해 놓았지만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네요.
요즘 애들 맘에 안 든다는 그 말, 어느 면에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 탓만 하면 문제가 고쳐지나요? 어차피 이제는 그런 사람들만 들어옵니다. 이미 주어진 문화적 환경이 바뀐 것을 알아야 됩니다. 사실은 저도 부장님 보기에는 요즘 애들이니까요. 까라는 대로 까지 않는 그 요즘 애들 이해해야지요. 사실 저도 까라는 대로 다 까진 않았거든요. 한 가지 작은 Extra 바람이 있다면, 그들도 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더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미 노력하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만... 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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