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6명~7명 정도 되는 팀에서 두번째 고참이었을 때, 위에는 차장급 팀장님이 있었습니다. 당시 차장님 소개를 좀 해보면, 원래 저희 부서 출신은 아니셨습니다. 이전 부서에서는 다면에서 평가가 최상은 아니셨습니다. (솔직히 부서 이동하시는 분들, 어떤 경위로 오시는지 다 알게 되니까요. 그리고 회사 내에서 저희 바닥은 좁아서 평판조회가 매우 쉽습니다.) 관련 업무 15년~20년 했는데도, 겪어보니 위로부터 인정받는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아래로부터도 인정받는 타입은 아니셨죠. 그런데도, 누락을 좀 겪긴 했지만, 결국 부장 승진을 했습니다. 온정주의의 발현이었을까요? 어쨌든 이게 저한텐 안 좋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게 왜 안 좋은 상황인지 다음과 같이 몇가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내가 치고 나갈 틈이 없습니다. 저도 이제 다른 사람을 이끄는 책임과 권한이 확장되어야 회사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다닐 수 있는데, 시간은 지나고 기회는 안 오는 것입니다.
이건 사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승진할 만한 사람이 승진해 있는 조직은 안정적이고 좋은 거지, 자신에게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나쁜 게 아닙니다. 이 곳에서 인정받고 있다면 기회는 옵니다. 진정한 문제는 나머지 몇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부서 업무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위에서 지시한 내용도 좀 건드리다 외면하고, 밑에서 도움을 요청해도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팀장님이지만 결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추가정보만 요구하는데 그마저도 내용을 이해할 의지도 능력도 없습니다. 이런 분은 열심히 하든 그렇지 않든 그 위치에선 효율이 낮습니다. 업무를 조정해서 관리자가 아니라 자기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실무자로 만들든지 해야 하는데요. 그렇지 않고 중간관리자를 하고 있으니 관련 업무가 전부 동맥경화 상태입니다. 답답해진 임원은 저를 불러 이것 저것 시키지만, 정작 보고할 때는 팀장을 통과해서 가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마저 건너뛰어도 될 거였으면 이미 팀장 교체했겠죠.) 일 시킨 사람이나 일 하는 사람이나 답답한데, 아는지 모르는지 팀장님은 브레이크 밟기에만 바쁩니다. 유일하게 일을 진행하는 방법은 이분을 우회하여 보다 상급자와, 다른 부서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것도 어려운 점이 많답니다. 권한은 미미한데 책임을 자진해서 맡아야 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죠. 바로 이것이 세 번째 단점입니다.
3. 이 상황에서 일이 되게 하려면, 권한은 적은 부하 직원임에도 팀장의 책임을 지고 일을 해야 됩니다. 아랫사람들의 불만도 윗사람들의 불만도 자기 몫이 됩니다. 위의 분들도 팀장의 무능을 잘 알기 때문에 아예 부르지도 않습니다. 많은 일을 저에게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저의 권위를 세워주거나, 권한을 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공식적으로 부서장은 있기 때문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윗선에도 저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후배들도 제가 많은 책임을 맡고 있는 것을 알아는 줍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저를 잘 따르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 입장에선 당연합니다. 일은 시키는데 평가권은 없는 사람을 곱게 볼까요?
4. 이 상황이 계속되면 인사평가도 좋을 리 없습니다. 묵묵히 일 많이 하는 책임있는 직원으로 알아봐 주지 않냐고요? 그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대리급까지입니다. (바꿔 말하면, 여러분이 아직 중간관리자 후보가 아니라면 이 상황에도 건질 것은 있다는 이야기.) 물론 어려운 상황을 잘 버텨주고 조직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평판은 따라올 수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평판이지만, 이제는 슬슬 리더십 기회를 기웃거려야 하는 상황에선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늘 살아야 내일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상황이 오지 않게 해야 합니다. 나의 우두머리를 고를 수 있다면 최대한 기회를 활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부서 내 경력기회에 대한 면담회가 있다면 활용해야 합니다. "이번에 당신은 어떤 업무를 맡고 싶은가?"의 질문에 유능한 부서장의 지휘를 받을 수 있는 업무분장을 선택하는 것이죠. "이러이러한 관점에서 요 업무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와 같이요. 그런데, 자신이 옮길 수 없다면 부서장을 바꿀 힘이 없는 게 현실인 경우가 많습니다. (교체할 수도 없고 변화시킬 수도 없습니다.) 그런 경우에 어떻게 환경을 바꿀 수 있을지도 기회가 되면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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